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 조개입니다. 마음껏 채취하시고, 모두 가져가세요.”
전북 고창의 하전갯벌마을에서 펼쳐지는 갯벌체험은 출발부터 특별하다.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갯벌을 달릴 수 있도록 트렉터를 개조한 ‘갯벌관광버스’를 이용한다.
체험장이 뭍에서 약 2㎞ 떨어져 있어서다. 버스라고 하지만 트렉터에 철제 수레를 연결한 것이 전부다. 그래도 갯벌에서 만큼은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개흙이 비교적 단단한 것도 있지만 힘이 좋아 수렁에 빠질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두 대가 운행 중인데, 한 대에 50명 정도는 너끈히 탈 수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을 따라 갯벌버스를 끄는 트렉터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에 몸을 실은 체험객은 수련회를 겸한 직장인, 가족, 연인 등 다양했다. 목적은 갯벌에서 자라는 자연산 조개를 채취하는 것. 뭍을 떠난 지 10여분만에 체험장에 도착했다.
하전갯벌체험장 박용직 원장은 체험객들에게 갈고리와 작은 바구니를 나눠주며 채취 요령을 설명했다.
“바지락은 약 4~5㎝, 모시조개는 7~8㎝ 깊이에 숨어 있습니다. 요령은 간단합니다. 갯벌 표면을 긁으면 바지락, 갈고리를 최대한 깊이 찍어 개흙을 파내면 모시조개를 잡을 수 있습니다. 두 세번의 갈고리 질에도 조개가 없으면 미련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세요. 조개들은 서로 몰려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한곳에서 무더기로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체험객들은 쪼그리고 앉아 갈고리로 갯벌을 뒤집기 시작했다. 불과 1분도 안 돼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갈고리에 뒤집어진 개흙에 숨어있던 조개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싫은 지 물총처럼 물을 뿜어냈지만 결과는 소쿠리행, 한결같았다.
아들 함준수(5) 군과 갈고리질에 여념이 없는 주부 김희정(38·전남 여수)씨는 불과 30분 만에 작은 소쿠리에 조개를 가득 담았다.
“아들과 자연학습 체험을 위해 왔는데, 이렇게 많은 조개를 채취할 줄 몰랐어요. 아이가 좋아해 행복하고, 더불어 기대 이상의 소득을 챙길 수 있어 너무 즐거워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갯벌에서 잡히는 모시조개·동죽·바지락 등 종류도 갖가지. 누구나 1㎏ 이상의 조개를 채취할 수 있을 만큼 갯벌은 살아 숨쉬고 있다.
하전갯벌마을은 전국 최대의 바지락 산지다. 이 마을에서 갯벌체험을 시작한 것은 2004년 4월. 물론 양식장과는 별도의 장소다. 물이 빠지면 30헥타르(약 9만평)의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정보화마을이 조성되면서 이를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체험프로그램은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이다. 하지만 박 원장은 산란을 앞둔 6월까지가 가장 맛있다고 설명한다. 조갯살이 껍질 안쪽을 가득 체우기 때문이다. 산란을 하고 나면 조갯살이 빠지고 그 자리에는 개흙이 들어서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물때는 매일 달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어린이 6000원)인데, 체험장까지 갯벌관광버스 이용, 갈고리와 소쿠리 대여, 장화 대여 등이 포함된다. 채취한 조개는 모두 가져갈 수 있다. hajeon.invil.org 063-564-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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